
바젤협약이란 무엇인가
바젤협약(정식 명칭: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그 처리의 통제에 관한 바젤협약)은 1989년 스위스 바젤에서 채택된 국제협약으로, 유해폐기물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선진국이 자국의 엄격한 폐기물 규제를 피해 유해폐기물을 개발도상국에 헐값에 넘기거나 불법 투기하는 문제가 국제적으로 심각해지자, 이를 막기 위해 체결되었습니다. 한국은 1994년에 가입해 이 협약의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무역 실무자에게 이 협약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산업폐기물뿐 아니라 중고 기계, 중고 전자제품, 스크랩(고철) 같은 품목도 상황에 따라 바젤협약의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폐기물이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중고품”이라고 생각했다가, 실제로는 협약상 규제 폐기물로 분류되어 수출입 허가 없이 통관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실무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바젤협약이 규제하는 대상
유해폐기물
부속서에 명시된 유해 특성을 가진 폐기물로, 중금속이 포함된 폐수, 폐유, 특정 화학물질 슬러지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타 폐기물(그 밖의 폐기물)
유해성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국가간 이동 시 통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폐기물로, 고지(폐지)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중고 전기전자제품(e-waste)
이 부분이 실무자들이 가장 자주 혼동하는 영역입니다. 중고 휴대폰, 중고 컴퓨터, 산업용 전자장비 등은 정상적으로 재사용·수리가 가능한 물품이라면 폐기물로 분류되지 않지만, 수리 불가능하거나 부품 회수 목적으로만 가치가 있는 경우에는 폐기물로 간주되어 규제 대상이 됩니다. 이 구분 기준이 애매한 경우가 많아 실제 분쟁도 잦은 영역입니다.
2025년 바젤협약 개정: e-waste 규제 강화
2025년 1월 1일부터 바젤협약 개정에 따라 폐전기전자제품(e-waste)의 수출입 절차와 관련 코드 체계가 변경되었습니다. 실무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존에 사용하던 A1180 코드(폐전기전자제품)가 삭제되고, 유해 여부에 따라 A1181(유해) 또는 Y49(비유해)로 세분화되었습니다.
- 기존에는 비유해 e-waste로 분류되면 상대적으로 간단한 신고 절차만으로 수출입이 가능했지만, 개정 이후에는 이런 폐기물도 대부분 수입국의 사전동의절차가 필요한 규제대상(허가) 폐기물로 전환되었습니다.
- 다만 예외적으로, OECD 가입국 간에 이루어지는 비유해 e-waste(Y49) 거래 중 녹색폐기물 코드(GC010: 금속·합금으로 구성된 전기조립품, GC020: 귀금속 등 회수가 용이한 전자폐기물)에 해당하면, 사전동의 없이 신고만으로 수출입할 수 있습니다.
이 개정으로 인해 과거에는 신고만으로 처리하던 중고 전자장비 수출 건이, 이제는 사전에 수입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허가 대상으로 바뀐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전자·전기 관련 중고 설비나 스크랩을 취급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최신 코드 분류 기준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국내 절차: 폐기물 수출입 허가와 신고
우리나라는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바젤협약 부속서에 규정된 폐기물을 수출입하려면 사전에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폐기물은 규제 강도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 수출입규제폐기물(허가대상): 유해성이 있거나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폐기물로, 수출입 전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 수출입관리폐기물(신고대상): 상대적으로 유해성이 낮아 신고만으로 처리 가능한 폐기물입니다.
중고 기계 수출 시 폐기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중고 기계를 수출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중고품’인지, 아니면 사실상 처분 대상인 ‘폐기물’인지입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이 판단에 활용됩니다.
- 정상 작동 여부: 실제로 원래 용도로 사용 가능한 상태인지
- 수입국의 활용 계획: 수입자가 재사용, 재판매, 부품 재활용 등 명확한 활용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 가치 존재 여부: 시장에서 거래될 만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처분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형식적으로 ‘수출’하는 것인지
바젤협약은 정상적으로 재사용되는 중고품과 폐기물을 구분하기 위한 지침 문서도 제공하고 있어, 애매한 품목은 이 지침을 참고해 판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중고기계/폐기물 수출입 실무 절차
1단계. 품목의 바젤코드·OECD 코드 확인
수출하려는 품목이 바젤협약 부속서의 어떤 코드에 해당하는지, 유해(A코드) 또는 비유해(Y코드)로 분류되는지 확인합니다.
2단계. 허가대상인지 신고대상인지 판단
확인된 코드를 기준으로 허가가 필요한지, 신고만으로 가능한지 판단합니다. OECD 가입국 간 거래인지 여부도 이 단계에서 함께 확인합니다.
3단계. 환경부 허가 신청 (허가대상인 경우)
허가대상 폐기물은 환경부에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수입국·경유국의 사전동의 절차를 거칩니다.
4단계. 포장 및 표지 요건 충족
수출입 대상 폐기물은 품목별로 분리 포장해야 하며, 내용물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액체 폐기물은 밀폐 용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외부 포장재에는 수출입폐기물 표지를 부착해야 합니다.
5단계. 통관 및 이동
허가 또는 신고 절차가 완료되면 세관을 통해 수출입이 이루어집니다. 관세청은 폐기물을 안전성 검사 대상 품목으로 별도 관리하고 있어, 통관 단계에서도 추가 확인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실무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점
“중고품”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출자가 단순히 “이건 중고 기계다”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폐기물 규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실제 작동 여부, 수입국에서의 활용 계획, 경제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개도국 수출 시 더욱 엄격한 검토 필요
바젤협약은 애초에 선진국의 폐기물이 개발도상국에 부적절하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협약인 만큼,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은 더욱 엄격하게 검토될 수 있습니다.
코드 개정 동향을 지속적으로 확인
앞서 살펴본 2025년 개정처럼, 바젤협약과 관련 국내 법령은 주기적으로 개정됩니다. 특히 전자·전기 폐기물이나 플라스틱 폐기물처럼 국제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인 품목을 취급한다면, 최신 개정 동향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마무리
중고 기계나 스크랩류를 수출입하는 기업이라면, “이건 폐기물이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물품”이라는 판단을 스스로 내리기 전에, 바젤협약과 국내 폐기물 관리 법령상의 기준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최근 e-waste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관련 품목을 취급하는 실무자는 코드 분류와 허가·신고 요건을 최신 기준으로 다시 점검해두는 것이 통관 지연이나 반송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