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가 싱가포르 바이어와 처음 온라인 콘텐츠 라이선스 관련 계약을 논의하던 중이었습니다. 데이터 이전이나 전자 결제 관련 조항을 어떻게 넣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상대방 담당자가 먼저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저희랑 한국 사이엔 DEPA가 적용되니까, 이 부분은 협정 조항을 참고하면 될 것 같아요.” 솔직히 그때 DEPA가 뭔지 정확히 몰라서, 회의가 끝나고 바로 찾아봐야 했습니다.
찾아보니 이미 발효되어 있었습니다
알아보니 한국은 2024년 5월 3일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에 정식 가입해서, DEPA의 제1호 추가 가입국이 됐다고 합니다. 저희는 그동안 이 협정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미 몇 년 전부터 발효되어 있던 거였습니다.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가 원래 회원국이고, 여기에 한국이 추가로 가입한 구조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조금 아쉬웠던 게, 그전까지 저희는 이런 협정이 있는 줄도 모르고 데이터 이전이나 전자 계약 관련 조항을 매번 처음부터 협상해왔다는 점입니다. 이미 국가 간에 합의된 규범이 있었는데, 그걸 몰랐으니 매번 새로 논의해야 했던 거죠.
계약서에 실제로 반영해본 경험
이번 계약에서는 DEPA의 관련 조항을 참고해서 데이터 이전 관련 문구를 정리했는데, 예전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양측 다 이미 국가 간 합의된 틀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처음부터 신뢰를 갖고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데이터를 회원국 간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원칙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클라우드 기반으로 콘텐츠를 주고받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많이 줄었습니다.
전자 서류로 바꾸면서 겪은 시행착오
이 일을 계기로, 저희도 그동안 종이 서류로 처리하던 원산지증명서를 전자 방식으로 전환해볼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처음에는 시스템을 새로 익히는 게 번거로울 것 같아 미뤄왔는데, 막상 전환하고 나니 발급과 확인 절차가 확실히 빨라졌습니다. 다만 모든 거래국이 전자 원산지증명서를 인정하는 건 아니라서, 국가별로 미리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걸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게 됐습니다.
반대로 곤란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DEPA와는 별개로, 다른 국가의 바이어와 진행하던 디지털 서비스 관련 거래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 나라가 자국민 데이터를 반드시 자국 내 서버에 저장하도록 요구하는 데이터 현지화 규정을 갖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겁니다. DEPA 회원국과의 거래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다른 나라도 비슷할 거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결국 현지 서버 파트너십을 새로 알아봐야 했고, 계약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졌습니다.
이 일들을 겪고 나서 저희가 하게 된 것
거래국이 DEPA 회원국인지부터 확인
이제는 새로운 국가와 디지털 관련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그 나라가 DEPA 회원국인지, 아니면 별도의 데이터 현지화 요건이 있는 나라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전자무역 시스템 계속 확대 적용
원산지증명서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른 무역 서류들도 순차적으로 전자화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규제를 뭉뚱그려 판단하지 않기
DEPA 회원국 경험 때문에 다른 나라도 비슷할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제는 국가마다 개별적으로 규제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디지털 관련 해외 거래 전 확인하는 것
- 상대국이 DEPA 회원국(싱가포르·칠레·뉴질랜드 등)인지
- 데이터 현지화 요건이 있는 국가는 아닌지
- 전자 원산지증명서를 상대국이 인정하는지
- 국가별로 별도 확인 없이 뭉뚱그려 판단하지 않기
마무리
싱가포르 바이어의 그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저희는 여전히 DEPA의 존재도 모른 채 매번 처음부터 협상을 시작했을 겁니다. 반대로 다른 나라에서 데이터 현지화 문제로 곤란을 겪으면서, 협정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를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아는 만큼 협상이 수월해진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