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가 싱가포르 바이어와 처음 온라인 콘텐츠 라이선스 관련 계약을 논의하던 중이었습니다. 데이터 이전이나 전자 결제 관련 조항을 어떻게 넣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상대방 담당자가 먼저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저희랑 한국 사이엔 DEPA가 적용되니까, 이 부분은 협정 조항을 참고하면 될 것 같아요.” 솔직히 그때 DEPA가 뭔지 정확히 몰라서, 회의가 끝나고 바로 찾아봐야 했습니다.

    찾아보니 이미 발효되어 있었습니다

    알아보니 한국은 2024년 5월 3일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에 정식 가입해서, DEPA의 제1호 추가 가입국이 됐다고 합니다. 저희는 그동안 이 협정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미 몇 년 전부터 발효되어 있던 거였습니다.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가 원래 회원국이고, 여기에 한국이 추가로 가입한 구조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조금 아쉬웠던 게, 그전까지 저희는 이런 협정이 있는 줄도 모르고 데이터 이전이나 전자 계약 관련 조항을 매번 처음부터 협상해왔다는 점입니다. 이미 국가 간에 합의된 규범이 있었는데, 그걸 몰랐으니 매번 새로 논의해야 했던 거죠.

    계약서에 실제로 반영해본 경험

    이번 계약에서는 DEPA의 관련 조항을 참고해서 데이터 이전 관련 문구를 정리했는데, 예전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양측 다 이미 국가 간 합의된 틀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처음부터 신뢰를 갖고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데이터를 회원국 간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원칙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클라우드 기반으로 콘텐츠를 주고받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많이 줄었습니다.

    전자 서류로 바꾸면서 겪은 시행착오

    이 일을 계기로, 저희도 그동안 종이 서류로 처리하던 원산지증명서를 전자 방식으로 전환해볼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처음에는 시스템을 새로 익히는 게 번거로울 것 같아 미뤄왔는데, 막상 전환하고 나니 발급과 확인 절차가 확실히 빨라졌습니다. 다만 모든 거래국이 전자 원산지증명서를 인정하는 건 아니라서, 국가별로 미리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걸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게 됐습니다.

    반대로 곤란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DEPA와는 별개로, 다른 국가의 바이어와 진행하던 디지털 서비스 관련 거래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 나라가 자국민 데이터를 반드시 자국 내 서버에 저장하도록 요구하는 데이터 현지화 규정을 갖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겁니다. DEPA 회원국과의 거래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다른 나라도 비슷할 거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결국 현지 서버 파트너십을 새로 알아봐야 했고, 계약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졌습니다.

    이 일들을 겪고 나서 저희가 하게 된 것

    거래국이 DEPA 회원국인지부터 확인

    이제는 새로운 국가와 디지털 관련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그 나라가 DEPA 회원국인지, 아니면 별도의 데이터 현지화 요건이 있는 나라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전자무역 시스템 계속 확대 적용

    원산지증명서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른 무역 서류들도 순차적으로 전자화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규제를 뭉뚱그려 판단하지 않기

    DEPA 회원국 경험 때문에 다른 나라도 비슷할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제는 국가마다 개별적으로 규제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디지털 관련 해외 거래 전 확인하는 것

    • 상대국이 DEPA 회원국(싱가포르·칠레·뉴질랜드 등)인지
    • 데이터 현지화 요건이 있는 국가는 아닌지
    • 전자 원산지증명서를 상대국이 인정하는지
    • 국가별로 별도 확인 없이 뭉뚱그려 판단하지 않기

    마무리

    싱가포르 바이어의 그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저희는 여전히 DEPA의 존재도 모른 채 매번 처음부터 협상을 시작했을 겁니다. 반대로 다른 나라에서 데이터 현지화 문제로 곤란을 겪으면서, 협정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를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아는 만큼 협상이 수월해진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 작년에 저희와 오래 거래해온 EU 대기업 바이어로부터 갑자기 긴 설문지가 이메일로 왔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인력 현황, 인권 정책 여부까지 묻는 항목이 수십 개나 있었는데, 저희 같은 중소 무역상사가 이런 걸 다 갖추고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담당자로서 솔직히 “이걸 다 어떻게 채우나” 하고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게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때문에 대기업들이 공급망 전체에 요구하기 시작한 자료였습니다. 저희는 EU에 직접 진출한 기업이 아니라 규제 대상이 아니었는데도, 대기업 바이어의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요청을 받게 된 겁니다.

    처음엔 다 채워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 설문지를 받았을 때는 그냥 전부 다 답변해야 하는 줄 알고, 며칠 동안 자료를 끌어모으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거래처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근 EU가 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옴니버스 간소화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2026년 3월 18일 발효된 개정 지침에 따라 대기업이 협력업체에게 요구할 수 있는 데이터가 VSME라는 중소기업용 기준 범위로 제한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희가 받은 설문지를 다시 살펴보니, 확실히 일부 항목은 VSME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요청이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이 항목은 저희가 답변 의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인 부탁드린다”고 회신했더니, 실제로 바이어 쪽에서도 인정하고 해당 항목을 제외해줬습니다.

    그래도 완전히 자유로워진 건 아니더라

    다만 이 일을 겪으면서 알게 된 게 있습니다. 법적 의무가 줄었다고 해서 대기업 바이어가 자체적으로 요구하는 기준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희 거래처는 VSME 범위 내에서도 여전히 기본적인 인권정책 여부나 강제노동 관련 자기진단서는 꾸준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제노동 이슈는 규제 완화와 상관없이 여전히 민감하게 다뤄지는 부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지금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것

    VSME 기준부터 파악해두기

    이 일을 겪고 나서, EFRAG가 공개하는 VSME 기준 문서를 미리 찾아봤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요청을 받으면 어떤 항목까지가 정당한 요청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본적인 데이터는 미리 정리

    완전히 새로 만들기보다는, 저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에너지 사용량, 인력 현황 정도)를 정리된 형태로 준비해뒀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설문이 오면 처음부터 다시 끌어모으는 수고를 덜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거래처별로 요구 수준이 다르다는 걸 인지

    같은 EU 대기업이라도 회사마다 요구하는 항목과 수준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거래처가 바뀔 때마다 “이 회사는 어느 정도까지 요구하는지” 미리 파악해두려고 합니다.

    지금 저희가 EU 대기업 바이어의 데이터 요청을 받으면 확인하는 것

    • 요청 항목이 VSME 기준 범위 내에 있는지
    • 강제노동·인권 관련 항목은 우선적으로 성실히 답변
    • 범위를 넘어서는 요청은 근거를 들어 정중히 문의
    • 기본 데이터는 평소에 미리 정리해두기

    마무리

    처음 그 설문지를 받았을 때는 막막하기만 했는데, 알고 보니 저희가 다 채워야 할 의무는 없는 항목도 섞여 있었습니다. 무조건 다 맞춰주기보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요청인지 스스로 알고 있는 게 결국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이라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 저희가 미국 바이어와 거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담당자로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관세율이 계속 바뀐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견적을 짜서 보내면 며칠 뒤 뉴스에서 새로운 관세 조치가 나오고, 바이어 쪽에서 “이거 다시 계산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연락이 오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처음에는 저희 쪽 실수인가 싶어 당황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 통상 정책 자체가 2026년 들어 굉장히 빠르게 바뀌고 있었던 겁니다.

    판결 하나로 상황이 완전히 뒤집힌 날

    2026년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그동안 부과되던 IEEPA 기반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 저희는 이걸 좋은 소식으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동안 낸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였죠. 그런데 판결이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새로운 15% 글로벌 관세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희 담당 변호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관세가 없어진 게 아니라 이름만 바뀐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이 문제를 훨씬 진지하게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환급, 챙기려니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저희도 지난 1년간 IEEPA 관세를 납부한 이력이 있어서 환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절차가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미국 관세사를 통해야 하고, ACE 포털 계정과 미국 내 은행 계좌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CAPE 신고서는 한번 업로드하면 수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류 하나하나를 몇 번씩 다시 확인하며 진행했습니다. 이의신청 기한이 180일이라는 것도, 저희 담당자가 이 기한을 놓칠 뻔했다가 겨우 챙긴 부분이었습니다.

    원산지 문제로 곤란했던 순간

    그러던 중 저희 협력업체 하나가 부품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서 한국에서 최종 조립만 하는 구조로 물건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큰 문제라고 생각 안 했는데, 최근 미국 당국이 원산지 우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상황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결국 그 협력업체와는 부품 조달 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실질적 변형이 이루어지는 공정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했습니다. 미리 확인하지 않았다면 미국 통관 단계에서 큰 문제가 됐을 수도 있었겠다 싶어 지금도 아찔합니다.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것

    관세 관련 뉴스를 정말 매일 확인

    예전에는 관세 관련 뉴스를 가끔 챙겨보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의 매일 확인합니다. 하나의 관세 근거가 무효화돼도 다른 근거로 곧바로 대체되는 걸 직접 겪고 나니, 이 정도 긴장감은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산지 증빙 자료를 훨씬 꼼꼼히 관리

    부품 출처, 가공 공정, 금속 함량 같은 자료를 예전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통관이 더 엄격해지는 흐름이라는 걸 체감하고 나니, 서류가 부실하면 나중에 더 큰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전문가와의 상시 소통

    미국 통상 정책이 몇 시간 단위로 바뀌는 걸 직접 겪고 나서는, 저희끼리 판단하기보다 관세사·변호사와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미국 거래에서 저희가 챙기는 것들

    • IEEPA 환급 대상 여부와 180일 이의신청 기한
    • 자사 품목이 어떤 관세 근거(301조, 232조, 122조 등)의 적용을 받는지 정기 확인
    • 원산지 증빙 자료(부품 출처, 가공 공정) 관리
    • 협력업체의 조달 구조 점검

    마무리

    바이어의 다시 계산해달라는 연락을 몇 번이나 받으면서, 미국 관세는 한 번 확인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지켜봐야 하는 문제라는 걸 배웠습니다. 지금도 매일 아침 관련 뉴스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는데, 이게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지금 시기에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올해 초 저희가 취급하는 품목 중 철강 부자재가 일부 포함된 제품을 EU 바이어에게 견적을 보내면서, 바이어 측 담당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거 CBAM 인증서 비용은 누가 내는 거예요?” 솔직히 그때까지 저희는 CBAM을 그저 “EU가 뭔가 탄소 관련 규제를 준비 중이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실제로 견적에 반영해야 할 비용이라는 생각은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 질문을 계기로 부랴부랴 자료를 찾아보니, 2026년 1월 1일부터 CBAM이 전면 시행되면서 더 이상 보고만 하면 되는 단계가 아니라 실제로 인증서를 구매하고 제출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2026년 4월 확정된 첫 분기 인증서 가격이 CO2 톤당 75.36유로였는데, 저희가 다루는 물량 기준으로 대략 계산해보니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습니다.

    바이어와 다시 협의해야 했던 부분

    가장 곤란했던 건, 이미 어느 정도 가격 협상이 진행된 상태에서 이 비용을 새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바이어와 다시 이야기를 나눠야 했는데, 다행히 바이어 쪽도 CBAM이 EU 전체에 적용되는 제도라는 걸 알고 있어서 이 비용을 저희가 전액 부담하는 대신 일부를 나눠서 반영하는 쪽으로 협의됐습니다. 만약 저희가 먼저 이 이슈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설명했다면 협상이 훨씬 수월했을 텐데, 뒤늦게 대응한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저희 품목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안심했다가

    CBAM 대상 품목이 현재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력, 비료, 수소 정도라서, 저희 주력 품목은 아직 직접 대상이 아니라고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8년부터는 기계류, 전자기기, 수송기계, 정밀·의료·계측기기까지 대상이 확대된다는 걸 알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희가 취급하는 품목 중 상당수가 이 확대 목록에 걸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것

    탄소배출량 데이터부터 정리하기 시작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저희가 취급하는 주요 품목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파악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협력 공장에 관련 데이터를 요청하면서 하나씩 채워가고 있습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우리도 이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걸 바이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수준까지는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견적서에 CBAM 비용 항목을 별도로 명시

    그 이후로는 EU 거래 견적을 짤 때 CBAM 관련 비용을 처음부터 별도 항목으로 명시합니다. 나중에 갑자기 추가 비용을 설명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투명하게 밝히는 게 바이어와의 신뢰에도 낫다는 걸 그 협상 과정에서 배웠습니다.

    헬프데스크 활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CBAM 관련 헬프데스크를 운영한다는 걸 알고 나서, 애매한 부분이 생기면 직접 문의하고 있습니다. 저희처럼 중소 규모 업체는 전담 인력을 따로 두기 어려운데, 이런 상담 창구가 실제로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EU 거래에서 저희가 확인하는 것들

    • 해당 품목이 CBAM 현재 적용 대상(철강·알루미늄·시멘트·전력·비료·수소)인지
    • 2028년 확대 품목(기계·전자·수송기계 등)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지
    • 협력 공장의 탄소배출 데이터 확보 여부
    • 견적서에 CBAM 비용 항목 명시 여부

    마무리

    바이어의 질문 하나에 당황했던 그날 이후로, CBAM을 “언젠가 준비하면 되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견적에 반영해야 하는 비용”으로 다시 보게 됐습니다. 특히 2028년 확대 계획까지 알고 나니, 지금 대상이 아니라고 방심할 게 아니라 미리 데이터를 준비해두는 게 결국 시간을 버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몇 년 전 저희 회사가 처음으로 수출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 경험이 있습니다. 물품은 정상적으로 선적됐는데 결제일이 지나도 입금이 없었고, 담당자였던 저는 솔직히 화가 나서 바로 강경한 메일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이 먼저 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다시 확인하자.” 그 한마디 덕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단계를 밟아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착오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약서와 인보이스를 다시 확인해보니, 저희 쪽 서류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정중한 톤으로 독촉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결제 기한이 지났는데 확인 부탁드립니다” 정도로요. 반응이 애매해서 전화까지 걸어봤는데, 알고 보니 바이어 쪽의 일시적인 자금 사정 문제였습니다. 이 단계에서 감정적으로 몰아붙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거래 관계 자체를 끊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해결이 안 돼서 다음 단계로

    우호적인 독촉만으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서, 결국 내용증명을 보내는 단계까지 갔습니다. 국내에서는 내용증명 우편이 익숙한데, 해외 거래처에는 이 방식을 그대로 쓰기 어렵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저희는 변호사 명의의 공식 서한을 국제특송으로 발송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신기하게도 이게 발송되고 나서 상대방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이메일로는 몇 주째 미적지근했던 반응이, 변호사 서한 이후로는 며칠 안에 구체적인 답변이 왔습니다.

    무역보험, 가입해두길 잘했다고 처음 느낀 순간

    이 일을 겪으면서 저희가 가장 다행이라고 느낀 건, 그 거래 건에 무역보험을 가입해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법적 대응을 진행하는 동안 무역보험공사에 손실 보전 절차도 함께 알아봤는데, 법적 조치와 보험금 청구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병행 가능하다는 걸 그때 알게 됐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비용으로만 여겼던 보험료가,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큰 안전장치였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다행히 여기서 마무리됐지만

    저희 경우는 내용증명 발송과 무역보험 절차 문의 단계에서 상대방이 결국 지급을 완료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중재나 소송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게 있습니다. 만약 더 진행됐다면 상대방의 자산 상태부터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료 회사 사례를 들어보니, 소송에서 이기고도 상대방에게 회수할 자산이 없어서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저희도 만약 다음 단계로 갔다면 이 부분을 먼저 확인했을 겁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저희 회사가 바꾼 것

    감정적 대응은 절대 먼저 하지 않기

    그때 팀장님의 그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저는 분명 첫 이메일부터 날카롭게 썼을 겁니다. 지금은 신입 직원들에게도 이 원칙을 가장 먼저 알려줍니다.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것을요.

    무역보험을 기본값으로 검토

    그전까지는 거래 규모가 크거나 신규 거래처일 때만 무역보험을 고려했는데, 이 경험 이후로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거래는 기본적으로 가입 여부를 검토합니다.

    독촉 단계를 문서로 남기는 습관

    우호적 독촉이든 내용증명이든, 언제 어떤 내용을 보냈는지 기록을 남겨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소송까지 안 갔지만, 만약 갔다면 이 기록들이 중요한 증거가 됐을 거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지금 저희가 대금 미지급 상황에서 따르는 순서

    1. 사실관계 확인 (감정적 대응 절대 금지)
    2. 우호적 독촉 (이메일 → 전화)
    3. 내용증명 또는 변호사 서한
    4. 무역보험 등 손실 보전 절차 병행 확인
    5. (필요시) 상대방 자산 상태 확인 후 중재·소송 검토

    마무리

    대금을 못 받았을 때 가장 하고 싶은 건 당장 화를 내는 일이지만, 그때 한 박자 멈추고 사실관계부터 확인했던 게 결국 상황을 가장 빠르게 해결한 방법이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그날 배웠던 순서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 몇 년 전 저희가 동남아 바이어와 진행했던 거래에서 대금 일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독촉했지만 바이어 측은 품질 문제를 이유로 지급을 계속 미뤘고, 결국 소송이나 다른 방법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이때 다행이었던 건,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습관처럼 넣어뒀던 대한상사중재원 표준중재조항이었습니다. 만약 이 조항이 없었다면, 상대방 소재국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했을 텐데 그 과정만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막상 중재를 진행하려니 처음 겪는 것투성이

    중재조항이 있다는 걸 확인한 뒤 실제로 절차를 알아보면서, 저희가 몰랐던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먼저 신청수수료를 납부하고 중재신청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신청서에 분쟁 개요와 청구 취지, 근거가 되는 계약서를 명확히 정리하는 데만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무국이 상대방에게 통지하면 상대방은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중재판정부가 구성되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는 무역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가 중재인으로 선정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요청이 어느 정도 반영된다는 걸 알고 나서 소송보다 중재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게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가장 안심이 됐던 부분은 비공개로 이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저희 거래 조건이나 단가 정보가 외부에 알려질까 걱정했는데, 소송과 달리 이런 민감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게 실제로 큰 도움이 됐습니다. 경쟁사가 많은 업종이다 보니, 이 부분이 저희에게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판정 이후 알게 된 것: 국제적 집행력의 힘

    중재판정이 나온 뒤, 이 판정이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뉴욕협약 가입국 사이에서는 이 판정을 근거로 상대국에서도 집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특히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만약 소송으로 갔다면, 국내 법원 판결을 상대국에서 그대로 집행하기가 훨씬 까다로웠을 거라는 이야기를 자문 변호사에게 듣고서야 중재를 선택한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실감했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저희가 바꾼 것

    모든 계약서에 중재조항 필수화

    그전까지는 중재조항을 넣을 때도 있고 안 넣을 때도 있었는데, 이 사건 이후로는 예외 없이 모든 수출 계약서에 표준중재조항을 넣습니다. 계약 체결 시점에는 그냥 형식적인 조항처럼 보이지만, 막상 분쟁이 생기면 이게 있고 없고의 차이가 정말 크다는 걸 직접 겪었기 때문입니다.

    증거자료를 처음부터 정리하는 습관

    중재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계약서, 이메일, 선적서류를 뒤늦게 찾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거래 진행 중에도 관련 서류를 그때그때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2026년 개정된 규칙도 챙겨보기

    최근에 알게 된 건데,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중재규칙이 2026년 1월 1일부터 10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고 합니다. 신속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하니, 저희가 겪었던 절차보다 앞으로는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됩니다.

    지금 계약서 작성 시 저희가 꼭 넣는 것

    • 표준중재조항 (기관, 중재지, 준거법 명시)
    • 중재인 수와 선정 방식
    • 거래 진행 중 증거자료 상시 정리 체계

    마무리

    그때는 그냥 관행처럼 계약서에 넣어뒀던 중재조항 하나가, 실제 분쟁이 터졌을 때 저희를 지켜준 가장 든든한 안전장치였습니다.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치기 쉬운 조항이지만, 막상 필요한 순간이 오면 그 차이를 확실히 느끼게 된다는 걸 그 일을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 평범한 부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략물자였습니다

    몇 년 전 저희가 취급하던 산업용 센서 부품 하나를 중국 거래처에 수출하려던 적이 있습니다. 특별히 위험해 보이는 물건도 아니었고, 여러 산업에서 범용으로 쓰이는 부품이라 별다른 의심 없이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관세사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해당 부품의 사양이 특정 정밀도 기준을 넘어서면 전략물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전략물자관리시스템(Yestrade)에 들어가서 자가판정이라는 걸 해봤는데, 결과가 애매하게 나왔습니다. 결국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전판정을 신청했고, 몇 주를 기다린 끝에 해당 부품이 전략물자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사전에 확인한 덕분에 정식 수출허가 절차를 밟아 문제없이 마무리됐지만, 그때 만약 관세사와 상담 없이 그냥 진행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그 뒤로 알게 된 처벌 수위

    그 일을 계기로 관련 법 조항을 찾아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이 규정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전략물자를 허가 없이 수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출 물품 가격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단순 과태료 수준이 아니라 실형까지 가능한 중대 범죄로 다뤄진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최근 뉴스를 챙겨보니, 이게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더 분명해지더군요. 관세청이 2026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적발한 무역안보 침해사범 규모가 7,703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이미 전년도 전체 실적을 넘어선 수치라고 합니다. 그중 전략물자 불법수출 적발 금액만 2,430억원이었습니다. 저희처럼 방위산업과 무관한 일반 제조·유통업체도 얼마든지 이 리스크에 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숫자였습니다.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것

    신제품이나 사양 변경 시마다 재확인

    그 사건 이후로, 저희는 취급 품목의 사양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전략물자 해당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한 번 판정받았다고 끝이 아니라, 스펙이 달라지면 판정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때 배웠기 때문입니다.

    애매하면 무조건 사전판정 신청

    자가판정으로 확신이 서지 않는 품목은 무조건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전판정을 신청합니다. 시간이 몇 주 걸리긴 하지만,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진행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걸 그때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최종사용자 확인도 함께 챙기기

    전략물자 목록에 정확히 해당하지 않아도, 대량살상무기 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으면 ‘상황허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목록 해당 여부와 별개로, 거래 상대방이 실제로 어떤 용도로 물품을 쓰려는지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관세사와의 관계가 왜 중요한지 알게 된 계기

    솔직히 그전까지는 관세사를 그냥 통관 서류 처리해주는 업체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상담 한 번으로 큰 리스크를 피했다는 걸 경험하고 나서는, 신규 품목을 다룰 때마다 먼저 관세사와 상의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특히 저희처럼 다품종을 소량으로 취급하는 무역상사는, 품목 하나하나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전문가의 눈을 한 번 거치는 게 훨씬 안전하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지금 저희가 신규 품목 취급 시 거치는 절차

    • Yestrade에서 자가판정 먼저 시도
    • 애매하면 사전판정 신청 (시간 여유를 두고)
    • 거래 상대방의 최종용도 확인
    • 관세사와 사전 상담
    • 사양 변경 시 재판정

    마무리

    그 부품 하나 때문에 겪었던 몇 주간의 기다림이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설마 이 평범한 부품이 문제 될까”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는 걸 그때 배웠고, 지금은 조금이라도 애매한 품목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는 게 저희 회사의 원칙이 됐습니다.

  • 몇 달 전 멕시코 거래처와 계속 진행해오던 발주 건이 있었는데, 어느 날 바이어 쪽에서 다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통관 대행사로부터 관세가 예전보다 훨씬 높게 책정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서류 오류인 줄 알고 저희 쪽 인보이스부터 다시 확인했는데, 문제는 저희 서류가 아니었습니다. 멕시코 정부가 2026년부터 한국을 포함한 FTA 미체결국에 최대 50%에 달하는 관세를 새로 발효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별생각 없이 예전 견적 구조를 유지해왔는데, 이 일을 겪고 나서 멕시코향 거래는 관세율을 거래 건마다 다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장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됐는지 알아보니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멕시코 경제부가 한국 외에도 중국, 인도, 러시아, 태국, 튀르키예, 브라질 등 FTA 미체결국을 관세 인상 대상으로 명시했더군요. 멕시코는 이미 USMCA, 멕시코-EU FTA, CPTPP 등 약 50개국과 FTA를 맺고 있는데, 이런 협정 미체결국과의 교역에서 구조적인 무역적자를 겪고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습니다. 2026년 예정된 미국·캐나다와의 USMCA 재검토를 앞두고 통상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을 보고, 이게 단순한 세율 조정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결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뒤로 저희가 바꾼 것

    견적을 낼 때마다 세율을 재확인

    예전에는 한 번 확인한 세율을 몇 달씩 재사용했는데, 이 일 이후로는 멕시코향 견적은 발주 직전에 반드시 최신 세율을 다시 조회합니다. 멕시코 경제부가 운영하는 SIAVI 사이트는 업데이트가 늦은 경우가 있어서, 저희는 DIA 사이트(비FTA 국가 세율 확인용)까지 함께 교차 확인하는 걸 습관으로 삼았습니다.

    통관수수료를 견적에 빠짐없이 반영

    관세와 별개로, 실제 통관을 진행하는 현지 통관사에게 지불하는 별도 수수료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다시 챙기게 된 부분입니다. 예전에 이 항목을 대략적으로만 잡았다가 실제 정산 시 차이가 났던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통관수수료까지 포함한 총원가로 견적을 짭니다.

    브라질 거래에서 겪은 또 다른 어려움

    멕시코 건과는 별개로, 브라질 바이어와 진행했던 거래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관세만 계산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공업세, 사회통합세, 사회보장기여금 같은 여러 국내세가 층층이 붙는 구조였습니다. 저희끼리 계산한 원가와 실제 브라질 측이 부담한 금액이 상당히 차이가 나서, 이후로는 브라질 거래는 반드시 현지 통관 파트너를 거쳐 원가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전기·전자제품 쪽 문의도 한번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알게 된 게 INMETRO라는 브라질 자국 인증이었습니다. 관세를 다 내도 이 인증이 없으면 아예 유통이 안 된다는 걸 미리 몰랐다면, 물건을 보내놓고도 판매가 막히는 상황이 벌어질 뻔했습니다.

    지금 남미 거래 전 저희가 반드시 확인하는 것들

    • 발주 직전 최신 관세율 재확인(멕시코는 특히 최근 변동성이 큼)
    • 상대방이 정식 등록된 수입허가 업체인지 확인 (멕시코는 미등록 중개업체가 실제로 존재)
    • 통관수수료를 포함한 총원가 산정
    • 품목별 현지 인증 요건 사전 확인 (브라질 INMETRO 등)
    • 현지 파트너나 관세사와의 협업

    마무리

    멕시코 거래처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던 그날 이후로, 저희는 남미 시장을 “한 번 조사해두면 되는 곳”이 아니라 “매번 다시 확인해야 하는 곳”으로 대하게 됐습니다. 특히 정치적인 이유로 관세율 자체가 급변할 수 있다는 걸 직접 겪고 나니, 오래된 자료를 믿고 진행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실감했습니다. 지금은 번거롭더라도 거래 직전마다 다시 확인하는 게 결국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몇 달 전 인도 바이어와 첫 거래를 준비하면서, 예전에 다른 건으로 확인해뒀던 GST 세율표를 그대로 가져다 견적을 짰습니다. 문제없어 보였는데, 실제 신고 단계에서 인도 측 통관 담당자가 다른 세율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잘못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희가 갖고 있던 자료가 2025년 9월 GST 2.0 개편 이전 정보였습니다. 인도가 세율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본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저희는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다행히 계약이 확정되기 전 단계라 견적을 다시 잡는 선에서 끝났지만, 이 일을 겪고 나서야 인도 시장의 정보가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 실감했습니다. 지금은 인도向 견적을 짤 때마다 세율을 반드시 그 시점에 다시 확인하는 게 원칙이 됐습니다.

    GST 2.0, 무엇이 바뀌었길래

    2025년 9월 22일 시행된 GST 2.0은 기존에 복잡하게 나뉘어 있던 세율 구간을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됐습니다. 문제는 이 개편으로 품목별 세율이 상당수 실제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저희처럼 예전 자료를 그대로 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인도 거래를 준비하신다면 반드시 최신 세율표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현지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받는 게 안전합니다.

    IEC 등록,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았던 부분

    첫 거래를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IEC(수출입자 코드) 등록 절차였는데, 실제로는 우려보다 수월했습니다. GST 도입 이후 IEC가 사업자의 PAN(고유 사업자 등록번호)과 연동되는 구조로 바뀌면서, DGFT(대외무역총국) 포털에서 온라인으로 완결되는 절차가 됐습니다. PAN, 은행계좌 정보, 주소 증빙을 제출했더니 며칠 안에 전자적으로 인증서가 발급됐습니다. 저희 경우엔 등록 주소 실사 요청은 따로 없었습니다.

    신고 의무는 계속 챙겨야 하는 부분

    거래가 진행되면서 알게 된 건, GST 신고(GSTR-1, GSTR-3B)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계속 챙겨야 하는 의무라는 점이었습니다. 저희는 인도 바이어 측 세무 담당자와 자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이 부분을 확인하는데, 신고를 놓치면 가산세가 붙거나 수출 관련 세제 혜택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견적에서 놓칠 뻔했던 부분: 관세와 GST는 따로 계산해야 한다

    처음 견적을 짤 때 저희가 실수할 뻔했던 또 다른 부분은, 관세만 계산하고 GST를 별도로 빠뜨릴 뻔한 것이었습니다. 인도는 기본관세(BCD)에 사회복지부담금 같은 추가 부과금이 붙고, 여기에 수입 시점의 GST(IGST)까지 별도로 부과됩니다. 관세만 계산해서 넘겼다면 실제 바이어가 부담하는 금액과 저희 견적 사이에 꽤 큰 차이가 났을 겁니다. 다행히 최종 확정 전에 인도 측에서 먼저 이 부분을 짚어줘서 넘어갔지만, 이후로는 항상 관세와 GST를 합산한 최종 착지원가를 견적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HSN 코드, 국내 코드 그대로 쓰면 안 되더라

    또 하나 배운 건 HSN(인도식 HS코드) 자릿수 요건입니다. 국내에서 쓰던 코드를 그대로 넣었다가, 인도 쪽에서 최소 6자리 이상을 요구한다는 걸 알고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자릿수가 다르다는 걸 미리 몰랐다면 신고 단계에서 또 시간을 잡아먹었을 겁니다.

    서류는 정말 꼼꼼히 봐야 한다

    거래를 진행하면서 들은 이야기로는, 인도 세관이 서류상 사소한 불일치에도 보정 요구나 추가 소명을 요청하는 경우가 잦다고 합니다. 저희도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서의 숫자 하나가 미세하게 어긋났던 적이 있는데, 다행히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그 뒤로는 서류를 발송하기 전에 세 번은 다시 대조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지금 저희가 인도 거래 전 반드시 확인하는 것들

    • 최신 GST 세율(품목별로 그때그때 재확인)
    • 관세 + GST 합산 기준 착지원가
    • HSN 코드 자릿수(6자리 이상)
    • 상업송장·포장명세서·원산지증명서 간 정보 일치 여부
    • GSTR 신고 일정과 관련 서류

    마무리

    인도는 시장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세율표 하나 오래된 걸 그대로 썼다가 담당자끼리 서로 다른 세율을 놓고 한참 대화해야 했던 그날의 경험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나라라고 방심하기보다, 거래 직전마다 최신 정보를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결국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라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 작년 초 카자흐스탄 바이어로부터 산업용 부품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러시아도 아니고 제재 대상국도 아니니 크게 고민하지 않고 견적을 준비했는데, 계약 직전 거래 은행 담당자가 “이 바이어, 최종 사용처가 어디인지 확인하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발주를 잠깐 멈추고 다시 들여다보니, 저희가 상대하던 카자흐스탄 회사가 러시아 기업의 자회사 성격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직접 러시아에 판매하는 게 아니었는데도 결국 러시아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구조였던 겁니다. 그 뒤로 제재 리스크를 “러시아행 여부”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어디로 흘러가는가”의 문제로 다시 보게 됐습니다.

    그때 배운 것: 최종사용자 확인은 선택이 아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저희가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신규 거래처를 상대할 때의 체크리스트였습니다. 예전에는 “이 나라가 제재 대상국인가”만 확인했다면, 지금은 다음 질문을 반드시 던집니다.

    • 이 회사의 지분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제재 대상 기업의 자회사는 아닌지)
    • 최종적으로 이 물품을 누가, 어떤 용도로 쓸 예정인가
    • 결제가 정상적인 은행 경로로 이루어지는가

    특히 지분이 50% 이상 제재 대상 기업 소유인 자회사는 모기업의 제재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원칙(50% Rule)을 그때 처음 실무로 접했습니다. 책으로 읽었을 때는 “그런 규정이 있구나” 정도였는데, 실제로 우리 거래에 적용될 뻔한 사례를 겪고 나니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더군요.

    최근 상황: 단속이 훨씬 정교해졌다

    이후로 이 이슈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최근 뉴스를 보면 저희가 겪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걸 체감합니다. 관세청이 2026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동안 적발한 무역안보 침해사범 규모가 7,703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이미 전년도 전체 실적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그중 전략물자 불법수출 적발 금액만 2,430억원입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한국산 범용 반도체 부품이 러시아 정찰드론에서 발견됐다는 뉴스였습니다. 저희 업종은 방산과 무관하지만, “범용 부품이 제3국을 거쳐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 사례를 보고 나니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카자흐스탄 건에서 겪었던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구조의 리스크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희가 실제로 하고 있는 것들

    신규 거래처는 반드시 지분 구조부터 확인

    특히 중앙아시아, 중동, CIS 지역 신규 거래처는 계약 전에 회사 등기 정보나 공개된 지분 정보를 먼저 확인합니다. 애매하면 거래 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에 문의부터 합니다.

    결제 경로를 눈여겨본다

    정상적인 은행 경로가 아니라 제3국 계좌를 거치거나, 결제 방식이 이상하게 복잡한 요청이 오면 일단 멈추고 이유를 확인합니다.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SWIFT에서 배제된 이후로, 비정상적인 우회 결제 요청 자체가 하나의 경고 신호라는 걸 체감으로 배웠습니다.

    담당자 혼자 판단하지 않는다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는, 조금이라도 애매한 지역·거래처 건은 담당자 선에서 끝내지 않고 반드시 팀 내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저 역시 그때 은행 담당자의 질문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그냥 진행했을 거래였습니다.

    러시아 현지에 자산이 있는 기업이라면 더 조심해야 할 것

    저희는 해당되지 않지만, 러시아 현지에 법인이나 자산을 가진 업계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근 러시아의 ‘역제재’도 무시 못 할 리스크라고 합니다. 러시아가 한국 같은 제재 동참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고, 자국 내 지분 처분에 자국 정부 승인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했다는 겁니다. 특히 ‘루고보이 법’이라 불리는 러시아 상사소송법 조항은, 제재 대상 러시아 기업이 얽힌 분쟁에서 러시아 법원이 전속관할권을 주장하며 기존 해외 중재합의를 무효화할 수 있게 한다고 하니, 계약서에 중재조항을 명시해뒀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게 무섭더군요.

    신규 거래처 리스크 점검 체크리스트 (저희가 실제로 쓰는 것)

    • 거래 상대방이 OFAC·EU·우리 정부 제재 리스트에 없는지 확인했는가
    • 지분 구조상 제재 대상 기업의 50% 이상 자회사는 아닌지 확인했는가
    • 최종 사용처와 용도를 명확히 파악했는가
    • 결제 경로가 정상적인 은행 채널을 통하는가
    • 애매한 경우, 담당자 선에서 끝내지 않고 팀 검토를 거쳤는가

    마무리

    솔직히 그 카자흐스탄 건이 아니었다면, 저희도 “제재 리스트에 없으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계속 거래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문제없이 정리된 사안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저희가 얼마나 안일하게 판단하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규정을 아는 것과, 실제 거래 앞에서 그 규정이 우리 얘기라는 걸 알아차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