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라마다 인증이 다 다를까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 특성상, 어느 나라든 안전성 검증 없이는 유통을 허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안전성을 검증하는 철학과 절차가 국가마다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같은 제품, 같은 서류로 여러 나라에 동시에 도전했다가 한 곳에서는 통과하고 다른 곳에서는 막히는 경우가 실무에서 흔하게 발생합니다. 국가별로 요구하는 인증 체계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K-뷰티 수출의 첫 단추입니다.

미국: FDA MoCRA

미국은 2022년 제정된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Modernization of Cosmetics Regulation Act)에 따라 화장품 규제 체계가 전면 개편되었습니다. 이 법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핵심 의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시설 등록(Facility Registration): 화장품을 제조·가공하는 시설은 FDA에 등록하고, 2년마다 갱신해야 합니다.
  • 제품 리스팅(Product Listing): 미국에 유통되는 모든 화장품을 제품명, 성분, 라벨 정보와 함께 FDA에 등록해야 합니다.
  • 책임자(Responsible Person, RP) 지정: 라벨에 이름이 표시되는 제조사·포장사·유통사가 RP 역할을 하며, 미국은 EU·영국과 달리 이 역할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습니다. 한국 본사가 직접 RP를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알레르겐 라벨링 및 중대 유해사례 보고: 알레르기 유발 향료 성분을 공개해야 하고, 중대한 부작용은 1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합니다.

여기서 실무자들이 자주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 소기업은 MoCRA 등록 의무가 면제된다는 예외 규정이 있는데, 이 조항만 보고 인증이 아예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오프라인 리테일러에게 유통하려면 매출 규모와 무관하게 리테일러가 등록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외 규정을 문자 그대로만 믿지 말고, 실제 유통 채널의 요구사항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MoCRA는 연방 법률이지만, 캘리포니아주의 Prop 65(안전 식수 및 유해물질 집행법) 같은 주 단위 규제가 별도로 작동합니다. 특정 발암·생식독성 물질이 일정 농도 이상 포함되면 경고 라벨이 필수인데, Amazon이나 대형 리테일러를 통한 판매는 캘리포니아 배송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미국에 진출하는 모든 브랜드가 함께 검토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유럽연합: EU CPNP

EU에 화장품을 유통하려면 화장품 알림 포털(CPNP, Cosmetic Products Notification Portal)에 제품을 등록해야 합니다. 주요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책임자(Responsible Person) 지정: EU 역내 법인이나 현지 파트너사를 책임자로 지정해야 합니다.
  • CPSR(화장품 안전성 평가 보고서) 준비: 원료 배합 비율까지 포함한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전문가에게 받아야 합니다.
  • 금지·제한 원료 검토: 부속서 II(금지 물질), 부속서 III(제한 물질)에 해당하는 원료가 없는지 전성분을 확인해야 하며, MCI/MI, 특정 파라벤류, 포름알데히드 방출 성분 등이 특히 자주 걸리는 항목입니다.

여기에 더해 2026년 8월 12일부터 EU 포장재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일반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CPNP가 ‘제품’ 자체를 규제한다면 PPWR은 그 제품을 ‘담는 포장’을 규제하는 것이라, CPNP를 통과해도 포장이 PPWR 요건(재활용성, 재생원료 비율, 과대포장 여부)을 충족하지 못하면 EU 시장 진입이 막힐 수 있습니다. 2030년부터는 재활용성과 재생원료 기준이 단계적으로 더 강화될 예정이라, 현재 사용 중인 용기와 단상자도 미리 점검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중국: NMPA

중국은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National Medical Products Administration)이 화장품 인허가를 담당합니다. 제품 유형(일반화장품/특수화장품)에 따라 신고제와 허가제로 나뉘며, 특수화장품(미백, 자외선차단 등)은 허가 절차가 훨씬 까다롭습니다.

제출 서류에는 전성분표(INCI명 기준, 배합 비율이 높은 순서로 기재), 착색제의 경우 CI번호, 동식물·미생물·광물 원료를 사용한 경우 학명과 출처 증빙 등이 포함됩니다. 최근에는 산업 표준이 계속 강화되는 흐름이라, 병풀 추출물이나 펩타이드처럼 K-뷰티에서 자주 쓰이는 원료도 기존 스펙이 중국의 새 기준에 부합하는지 재확인이 필요한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 외 주요 국가

일본

PMDA(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가 관련 규제를 담당하며, 화장품은 의약외품과 일반화장품으로 구분되어 요구 서류가 달라집니다.

인도

CDSCO(중앙의약품표준관리기구) 인증이 요구되며, 절차가 까다롭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장에 생산을 의뢰하는 단계에서부터 인도 규격 대응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는 BPOM, 말레이시아는 NPRA 등 국가마다 인증 명칭과 요구 서류가 전부 다릅니다. 이를 일일이 외우기보다, 공장과 타깃 국가를 명확히 공유하고 체크리스트를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 실무적으로 더 효율적입니다.

여러 국가에 동시 진출할 때의 실무 전략

미국과 EU를 동시에 겨냥하는 브랜드라면, 각 나라의 규제를 따로 준비하기보다 처음부터 공통분모를 고려해 라벨을 설계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EU CPNP의 26종 알레르겐 표시와 미국 MoCRA의 60종 알레르겐 목록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이미 EU 인증 경험이 있는 브랜드는 미국 진출에서도 출발선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국가별로 라벨을 따로 준비하다 보면 반복적인 수정과 비용 손실이 생기기 쉽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 활용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 화장품 기업의 해외 인증 취득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년도 직접 수출액 5,000만 달러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CPNP·FDA MoCRA·영국 SCPN 등 인증 비용의 상당 부분을 환급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으므로, 신규로 해외 인증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이런 지원 사업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무리

화장품 수출은 국가마다 규제 철학 자체가 달라서, 하나의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시장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MoCRA나 CPNP 같은 제품 등록을 마쳤다고 끝이 아니라, 라벨 문구의 허위·과장 광고 리스크나 EU의 포장재 규정(PPWR)처럼 등록 이후에도 챙겨야 할 후속 규제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목표 시장을 정할 때부터 인증 요건을 함께 검토하고, 여러 시장을 동시에 노린다면 공통 요건을 고려한 라벨 설계로 비용을 최적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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