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저희가 취급하는 품목 중 철강 부자재가 일부 포함된 제품을 EU 바이어에게 견적을 보내면서, 바이어 측 담당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거 CBAM 인증서 비용은 누가 내는 거예요?” 솔직히 그때까지 저희는 CBAM을 그저 “EU가 뭔가 탄소 관련 규제를 준비 중이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실제로 견적에 반영해야 할 비용이라는 생각은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 질문을 계기로 부랴부랴 자료를 찾아보니, 2026년 1월 1일부터 CBAM이 전면 시행되면서 더 이상 보고만 하면 되는 단계가 아니라 실제로 인증서를 구매하고 제출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2026년 4월 확정된 첫 분기 인증서 가격이 CO2 톤당 75.36유로였는데, 저희가 다루는 물량 기준으로 대략 계산해보니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습니다.

바이어와 다시 협의해야 했던 부분

가장 곤란했던 건, 이미 어느 정도 가격 협상이 진행된 상태에서 이 비용을 새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바이어와 다시 이야기를 나눠야 했는데, 다행히 바이어 쪽도 CBAM이 EU 전체에 적용되는 제도라는 걸 알고 있어서 이 비용을 저희가 전액 부담하는 대신 일부를 나눠서 반영하는 쪽으로 협의됐습니다. 만약 저희가 먼저 이 이슈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설명했다면 협상이 훨씬 수월했을 텐데, 뒤늦게 대응한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저희 품목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안심했다가

CBAM 대상 품목이 현재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력, 비료, 수소 정도라서, 저희 주력 품목은 아직 직접 대상이 아니라고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8년부터는 기계류, 전자기기, 수송기계, 정밀·의료·계측기기까지 대상이 확대된다는 걸 알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희가 취급하는 품목 중 상당수가 이 확대 목록에 걸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것

탄소배출량 데이터부터 정리하기 시작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저희가 취급하는 주요 품목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파악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협력 공장에 관련 데이터를 요청하면서 하나씩 채워가고 있습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우리도 이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걸 바이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수준까지는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견적서에 CBAM 비용 항목을 별도로 명시

그 이후로는 EU 거래 견적을 짤 때 CBAM 관련 비용을 처음부터 별도 항목으로 명시합니다. 나중에 갑자기 추가 비용을 설명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투명하게 밝히는 게 바이어와의 신뢰에도 낫다는 걸 그 협상 과정에서 배웠습니다.

헬프데스크 활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CBAM 관련 헬프데스크를 운영한다는 걸 알고 나서, 애매한 부분이 생기면 직접 문의하고 있습니다. 저희처럼 중소 규모 업체는 전담 인력을 따로 두기 어려운데, 이런 상담 창구가 실제로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EU 거래에서 저희가 확인하는 것들

  • 해당 품목이 CBAM 현재 적용 대상(철강·알루미늄·시멘트·전력·비료·수소)인지
  • 2028년 확대 품목(기계·전자·수송기계 등)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지
  • 협력 공장의 탄소배출 데이터 확보 여부
  • 견적서에 CBAM 비용 항목 명시 여부

마무리

바이어의 질문 하나에 당황했던 그날 이후로, CBAM을 “언젠가 준비하면 되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견적에 반영해야 하는 비용”으로 다시 보게 됐습니다. 특히 2028년 확대 계획까지 알고 나니, 지금 대상이 아니라고 방심할 게 아니라 미리 데이터를 준비해두는 게 결국 시간을 버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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